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초순 장사시설 업계를 대상으로 산분장 설치 및 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러나 해당 지침 어디에도 화장 유골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무기물이라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산분 전후 처리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분장은 화장 유골을 바다나 산, 혹은 자연 속 특정 장소에 뿌리는 장례 방식으로, 최근 '간소화', '친환경',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키워드로 지나치게 미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유골의 '무기물'이라는 본질적 특성을 외면하고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산분은 마치 자연에 스며드는 듯한 착시를 주지만, 실제로는 분해되지 않는 유골을 방치하는 것에 불과하며, 유골의 축적은 생태계와 토양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민간 전문가 단체들이 수차례 문제를 지적하며 정책 조정을 건의했음에도, 복지부가 이를 무시한 채 제도를 강행한 점이 큰 논란이다.
?정책 신뢰에 상처 입힌 ‘유기물 → 무기물’ 입장 번복
복지부는 산분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화장 유골을 자연에서 분해되는 유기물로 간주해 제도를 설계했다. 그러나 시행 후 민간 질의에 대해 복지부는 “화장 과정에서 유기물은 모두 연소되고, 남는 것은 무기물질”이라고 번복했다. 이로써 제도 시행 25일 만에 핵심 전제가 스스로 뒤집힌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복지부가 의뢰한 2022년 정책연구보고서(『산분장 제도화를 통한 활성화 방안』, 한국장례문화진흥원·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화장 유골을 "유기물질 또는 부유물질"로 명시하고, 산분 직후 물을 뿌리면 된다는 허술한 방법을 제시한 사실이다. 복지부는 이 부정확한 보고서를 근거로 법령 개정을 추진했고, 민간단체가 공식 정책 제안서를 통해 문제를 분명히 지적했음에도, 복지부는 사후관리 기준 없이 제도를 강행했다.
?"무기물 유골은 폐기물법상 소각재”… 환경법 위반 소지
전문가들은 무기물과 유기물 구분이 단순한 화학 개념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유골이 무기물이라면 분해되지 않고 토양과 해양에 장기적으로 축적되어 명백한 환경정책 대상이 되어야 한다. 환경부 해석에 따르면, 화장 유골은 폐기물관리법상 '소각재'로 분류되며, 산·강·해양에 뿌리는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관계부처 협의나 과학적이고 중장기적인 환경영향검토 없이 산분제도를 일방적으로 시행했다.
?산분장 도입의 진짜 이유는 ‘시설 수급 불균형’ 회피?
산분장이 급히 도입된 배경에는 공공 장사시설의 공급 불균형과 정부 재정 부담 회피라는 정책적 편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공설시설은 빠르게 만장을 반복하지만, 사설시설은 용량이 남아돌고 있다. 장사법상 집단묘지 내 무연고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용 기간이 만료된 유골이 무연고 유골로 적체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으로 공설시설을 증설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산분장은 새로운 장법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수급 해소 수단이자 행정 편의적 선택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필요한 것은 검증되지 않은 장법이 아닌 ‘순환형 장사체계’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장법이 아니라 기존 장사시설을 순환시키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순환형 장사체계로의 정책 전환이다. 이 순환형 장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1. 모든 장사시설 유형에 한시적 사용기간 적용
2. 사용기간 종료 유골 및 무연고 유골 처리방법을 명확히 규정
3. 공설시설 부족지역에 사설시설 연계 권장
4. 집단묘지(공설묘지·법인묘지) 리모델링 및 자연장지로 리싸이클링
5. 공공·민간 협력 기반의 순환형 장사 시스템 구축
6. 장사시설 사용기간 만료 후 유골 회수 또는 지하공간 매장형 산분 의무화
장사시설은 무한 증설이 아니라 유한한 공간을 순환시키는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며, 화장 유골의 회수와 안치공간의 재사용, 책임 있는 종결이 장사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썩지 않는 무기물을 뿌려놓고, 누가 치울 것인가?”
산분은 장례의 끝이 아니라 환경과 제도 책임의 시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뿌리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순환형 장사 시스템이다. 화장 유골이 무기물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정책과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장례문화의 출발점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당시 연구에서 “화장유골은 사회 통념상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서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며, 배출자의 의사에 따라 버려진 것도 아니므로 폐기물로 볼 수 없다”는 추상적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검증이나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비논리적 해석으로, 정책의 기반으로 삼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실제로 화장유골은 무기물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 해저에 잔존하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인체 유래물이라고 하더라도 배출 이후에는 폐기물로 분류되는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배출되는 절단 부위나 장기 등은 모두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해양연구원의 “화장유골은 폐기물이 아니다”라는 해석은 과학적 근거와 법적 실례에 반하며, 사실상 개인적 의견에 가까운 주장이다.
해양장, 장사법 개정시행으로 합법화 되었나?
장사시설 전문회사 메모리얼소싸이어티는 2025년 4월 5일 보건복지부에 “산분 관련 장사법 개정과 산분 제도 도입의 근거가 된 정책연구 자료는 무엇인가”라는 질의를 하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토해양부가 2012년에 발표한 「해양산분 제도 도입을 위한 타당성 평가」와,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22년에 수행한 「산분장 제도화를 통한 산분 활성화 방안 연구」를 정책적 근거로 제시했다고 회신하였다.
그런데 앞서 2011년 7월 국무총리실은 화장유골을‘폐기물’로 규정하고,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화장유골을 해양배출이 가능한 육상기 폐기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6월, 국토해양부는 같은 해 5월 한국해양연구원이 수행한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화장유골은 폐기물이 아니며, 해양산분도 불법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해석을 토대로 보건복지부는 2023년 1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자연장의 범위에 해양산분을 포함시켰고, 2024년 1월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화장유골이 과학적으로 무기물질이며, 법적으로 육상기 사업장 폐기물에 해당한다’는 핵심적 사실을 간과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였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당시 연구에서 “화장유골은 사회 통념상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서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며, 배출자의 의사에 따라 버려진 것도 아니므로 폐기물로 볼 수 없다”는 추상적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검증이나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비논리적 해석으로, 정책의 기반으로 삼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실제로 화장유골은 무기물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 해저에 잔존하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인체 유래물이라고 하더라도 배출 이후에는 폐기물로 분류되는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배출되는 절단 부위나 장기 등은 모두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해양연구원의 “화장유골은 폐기물이 아니다”라는 해석은 과학적 근거와 법적 실례에 반하며, 사실상 개인적 의견에 가까운 주장이다.
화장유골은 「폐기물관리법」상 육상기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며, 「해양환경관리법」상 해양배출이 가능한 폐기물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장사법」상 해양산분을 자연장으로 규정하더라도, 환경 관련 법률 체계 하에서는 여전히 불법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화장유골의 무기물적 특성과 사망 전 의과적 치료 과정에서 축적된 중금속 함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해양 환경과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보완적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
첫째,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전처리 과정의 도입과, 불법 산분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신고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해양산분이 이루어지는 이격 거리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부분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내 해역에서 산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조류가 정체된 해역에서 유골이 해저에 침적되어 수산물 오염과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리아스식 내만형 해안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어, 해류의 흐름이 제한되고 조류 교환이 적은 인천 앞바다와 같은 폐쇄성 수역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욱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기준은 해안선 지형 특성이 전혀 다른 미국과 동일한 5km 수준이다. 따라서 최소 10km 이상 외해로 이격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해양산분 시 고정 좌표 방식이 아닌 유동 좌표 방식을 채택하여, 특정 지역에 유골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해저 퇴적물의 성상 변화와 생물 군집의 교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화장유골의 생태계 영향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단기적인 독성 실험에 그쳤으며, 중장기적 환경 영향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부족하다. 향후 모니터링 결과에서 위협이 확인될 경우, 산분구역을 즉시 폐쇄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장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양산분이 불법 행위로 간주되지 않도록 「장사법」과 「폐기물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등 관련 법률 간의 정합성 확보가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
